설득하지 않았더니, 부모가 움직였다
오늘의 시선, 이다영 선생님의 교실
2026.06.01
교실과 가정은 아이를 사이에 두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서로를 평가하는 관계가 되기 쉽습니다.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 원에서는 왜 그럴까요? 어머니, 가정에서도 이렇게 지도해 주셔야 합니다.
부모의 질문은 때로 교사에게 의심처럼 들리고, 교사의 설명은 때로 부모에게 지적처럼 들립니다. 서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대화는 어느새 방어와 해명 사이를 오가게 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설득이 아니라, 관계의 방향을 다시 맞추는 언어일지도 모릅니다.
여기, 그 긴장 속에서 조금 다른 방식을 선택한 교사가 있습니다. 구립 영등포든든어린이집 이다영 교사입니다.
이다영 선생님은 부모를 설득하려 애쓰기보다, 먼저 부모가 왜 방어적이 되었는지를 살핍니다. 그렇다고 교사의 기준을 흐리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안전과 생활을 위해 필요한 판단은 분명히 말하되, 그 말을 부모가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관계의 온도를 먼저 조절합니다.
설득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건 교사가 물러섰기 때문이 아니라, 관계를 먼저 세웠기 때문입니다.
맞고 틀림보다, 함께 가야 하는 관계라는 시선
Q. 가정 연계 과정에서 학부모님과 의견이 부딪힐 때가 많을 텐데요. 선생님은 그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그런데 제가 논리적으로 설명할수록 부모님이 더 방어적으로 반응하실 때가 있었어요. 제 의도는 아이를 함께 돕자는 것이었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내 양육이 잘못됐다는 말인가?’처럼 들릴 수 있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시선을 바꾸었어요.
‘내가 맞고 어머니가 틀리다’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같은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먼저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부모와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교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를 함께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을 먼저 만드는 일입니다.
공감은 하되, 교사의 기준은 흐리지 않는다.
Q. 하지만 무조건 맞춰주는 것이 좋은 관계는 아니잖아요. 공감하면서도 교사로서의 기준을 지키는 비결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부모님이 무리한 요구를 하실 때, 곧바로 ‘그건 규정상 안 됩니다’라고 말하면 대화가 닫히기 쉬워요.
대신 저는 먼저 이렇게 말씀드리려고 해요.
어머니께서 왜 그렇게 원하시는지 마음은 충분히 이해돼요. 아이가 걱정되셔서 그러신 거잖아요. 다만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의 안전과 생활 흐름을 위해서는 이 기준을 함께 지켜야 해요.
감정은 받아주지만 기준은 분명히 세우는 거죠. 오히려 그럴 때 부모님들이 교사를 더 신뢰해 주시는 것 같아요.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으면서도, 내 마음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공감은 기준을 내려놓는 일이 아닙니다.
기준을 지키되, 그 기준이 부모를 밀어내는 말이 되지 않도록 다듬는 일입니다.
교사의 전문성은 단호함에만 있지 않습니다. 단호함을 관계 안에서 전달하는 방식에도 있습니다.
부모를 움직인 것은 설명이 아니라, 마음이 놓이는 경험이었다
이다영 선생님은 그 순간 바로 변명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교사로서의 판단 기준을 분명히 말했습니다. 다친 아이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가 우선이 아니었다고 느껴질 수 있는 마음, 아이가 계속 울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속상했을 마음을 함께 짚었습니다.
부모의 항의는 때때로 사건 자체에 대한 반응이면서,
동시에 오래 쌓인 피로와 불안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날 부모는 교사의 질문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사실 최근 개인적으로 우울감도 심하고, 육아도 버거운 상황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먼저 사과를 건넸습니다.
교사의 언어가 다시 관계를 놓는다
부모의 날 선 말이 늘 교사를 공격하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사가 모든 감정을 받아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교사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교사의 발견이 전하는 관계 회복을 위한 전문성
다만 현장의 전문가는 표면의 말만 듣지 않고, 그 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한 번 더 살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불안을 정리하고, 교실과 가정 사이에 다시 다리를 놓습니다.
부모가 “이 교사는 나를 탓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함께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순간, 관계는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부모를 이기려 하지 않을 때, 부모는 비로소 교사의 말을 들을 준비를 합니다.
